목줄 풀고 숲 산책…반려견 놀이터로 오세요

입력 2023-06-20 18:19   수정 2023-06-21 00:30


“우리 사랑이가 잠시나마 목줄을 풀고 다른 친구들과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저도 덩달아 기뻐요.”(8세 푸들 ‘사랑이’ 주인 이동이 씨·65)

이동이 씨는 그동안 매일 점심 공원에서 산책할 때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사랑이를 줄로 묶어 통제해야 했다. 반려견 놀이터에서만큼은 강아지가 목줄을 착용하지 않고 마음껏 흙바닥을 돌아다닐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다고 했다.
건강하게 스트레스 해소
지난 11일 개장한 서울 서초구 양재천교 인근 매헌시민의숲 ‘반려견 놀이터’엔 요크셔, 푸들, 비숑 프리제 등 다양한 종의 강아지가 모였다. 때 이른 무더위에 달궈진 아스팔트 도로를 피해 ‘개모차’(강아지 전용 유모차)를 타고 온 반려견도 대여섯 마리 있었다.

반려견 놀이터는 843㎡ 규모로, 나무로 둘러싸인 숲 안에 있다. 황동열 동물보호단체 팅커벨프로젝트 대표는 “강아지들이 뛰어노는 공간에 그늘이 가득해 그동안 가본 서울 시내 놀이터 중에서도 단연 으뜸”이라고 평가했다.

놀이터는 자치단체에 동물 등록을 한 반려견만 입장이 가능하다. 반려인은 목줄과 배변봉투를 들고 강아지를 따라 들어가야 한다. 이용료는 따로 받지 않는다. 놀이터 문에 붙은 ‘체고 기준표’에 따라 키 40㎝ 또는 몸무게 15㎏ 이하인 동물은 중소형 놀이터, 그보다 큰 반려견은 대형 놀이터를 이용한다. 전염성 질병 등 감염병을 옮길 위험이 있거나 맹견으로 판단되는 강아지는 출입이 불가능하다.

음수대, 벤치, CCTV 등이 설치돼 있어 누구나 안전하고 편리하게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똘똘이’(보더콜리)를 6년 동안 데리고 산 김정희 씨(69)는 “강아지들이 매일 30분만이라도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어야 정서에 도움이 돼 앞으로 자주 방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는 다음달 12일까지 시범운영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뒤 놀이터를 정식 개장할 계획이다.

견주·비견주 간 동선 분리 효과도
서울 시내에 있는 이 같은 반려견 놀이터는 총 11개(시 운영 4곳, 자치구 운영 7곳)다. 늘어나는 반려동물 수에 비하면 다소 모자라다. 국내 등록 반려동물 수는 276만6250마리다(2021년 농림축산식품부 자료). 2015년 97만9198마리에서 6년 만에 1.82배 늘었다.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은 개체까지 합하면 반려동물 수는 더 많다. 반면 반려견 전용 놀이시설은 2013년 이후 10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시는 2026년까지 5곳을 더 만들기로 했다. 동작구 등 구 단위에서도 반려견 놀이터 조성 사업이 활발하다.

하지만 반려견 놀이터 조성을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어 이들을 설득하기가 만만치 않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매헌시민의숲 놀이터를 조성할 때도 ‘사람을 위한 시설도 부족한 마당에 반려동물을 위한 공간이 왜 필요하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개 짖는 소리가 싫다거나 개에 물리는 사고 등을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시는 지난해 1월부터 주민 대상 설명회와 설문조사를 거쳐 놀이터를 시민들의 보행 거리에서 최대한 동떨어진 공원 외곽에 짓는 것으로 타협했다.

강동구도 지난해 9월 고덕강일1지구 고덕비즈밸리 안 공원에 반려견 놀이터 조성을 추진하다가 주민 반대에 부딪혀 사업을 일단 ‘장기 프로젝트’로 미뤄뒀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려동물 전용 놀이터를 조성하면 개를 좋아하지 않는 이들과 견주들 간 동선이 분리되기 때문에 오히려 갈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해련 기자 haery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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